구글 이어 MS도 AI 쇼크…커져가는 AI투자 회의론

매출 성장 이어나갔지만 투자자 실망
AI 투자 집중된 클라우드 성장 둔화 탓
월가 "지출 대비 효용 있나" 의문제기
비공식 예상치 최상단 걸맞은 실적 내놔야
  • 등록 2024-07-31 오후 4:56:00

    수정 2024-07-31 오후 7:17:5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월가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거품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AI기술이 산업 곳곳에 적용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있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사진=AFP)
MS는 30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실적발표에서 2분기 매출은 647억27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643억9000만달러)를 소폭 웃돈 수치다. 순이익도 220억36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 올랐다. 이에 따라 주당순이익은 2.95달러로 예상치(2.93달러)에 근접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MS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클라우드의 성장세가 둔화한 게 문제였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9% 늘어난 285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286억8000만달러)를 소폭 밑도는 실적이다. 이 부문에는 애저(Azure) 퍼블릭 클라우드, 윈도우 서버, 자회사인 뉘앙스(Nuance) 깃허브(GitHub) 실적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애저 및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매출은 29% 늘어나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31%)는 밑돌았다. 1분기(31% 성장)에 비해서도 둔화한 것이다. MS는 이 중 8%포인트는 AI 서비스에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전달(7%포인트)보다 소폭 상향된 수치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AI 덕분에 클라우드서비스 점유율 상승이 가속화됐다”고 강조했다.

AI 실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월가의 이미 높아진 눈높이엔 충족하진 못했다. 딥워터 자산관리의 매니징 파트너인 더그 클링턴은 “클라우드서비스 수치가 문제였다”며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선) 조금 더 높아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MS의 주가는 장마감 후 6% 이상 급락하다 2.76%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스티펠의 브래드 레백 애널리스트는 “투자 커뮤니티에 애저 사업의 아주 작은 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집중하는 그룹이 있다”고 진단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빅테크의 AI 과잉 투자에 민감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AI 낙관론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이제는 이에 걸맞은 충분한 실적을 내놓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치도 매우 높다. 단순히 월가 예상치(평균치)에 부합하는 실적이 아니라 ‘위스퍼 넘버’(wisper number·비공식적 예상치)의 최상단에 걸맞은 실적을 내놓지 않으면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본지출이 거의 2배로 증가한 반면 광고 매출 성장이 둔화됐다는 이유로 보고 이후 주가가 5% 뚝 하락했다.

30여 년간 테크기업을 취재한 골드만삭스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짐 코벨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 이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빅테크들은 향후 몇년 간 AI 설비투자에 1조달러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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