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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의 가자 통치 두고 ‘불협화음’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의 리더십 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며 “지금은 PA가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미래에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 등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달려 있다”며 “미국은 그 과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제거된 이후 PA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모두 통치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은 그동안 포스트 하마스 구상으로 PA 확대·재편을 지지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NBC 등 미국 방송에 잇따라 나와 미래 가자지구 통치권을 PA에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미국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PA를 포함해 가자지구 관리를 실행할 수 있을 만한 그 어떤 팔레스타인 세력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가자지구 통치에 있어 ‘비무장화’와 ‘탈급진화’ 두 가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세력은 PA를 비롯해 아무도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PA에 대해서는 “그들은 자녀들에게 이스라엘을 증오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하마스가 테러를 일으키지 않고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유일한 세력은 이스라엘군”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에 베팅?…미 대선 변수도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간 미묘한 신경전 역시 파열음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론 탓에 정치 생명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바이든 행정부를 무시하고 내년 11월 대선까지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시간을 끌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성향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중동 사태의 국면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어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상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는 만큼 민주당은 ‘바이든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징후까지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좌진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를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어떻게든 시간끌기 전략을 써야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 역시 있다. 이번 보복으로 인해 가자지구 희생자가 1만명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제권을 고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자칫 고립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