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완성차업계 공룡 현대자동차·기아의 시장 진출로 앞으로 중고차 시장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중고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가격을 매기는 ‘자동차진단평가사’라는 자격증도 주목받고 있다. 중고차 거래 규모가 늘어날수록 중고차를 세밀하게 평가하려는 수요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레몬마켓(정보의 비대칭으로 불량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고차 시장을 정화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자동차진단평가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시장 확대와 함께 자동차진단평가사 자격증 취득을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동차진단평가사 필기시험을 접수한 인원은 총 2666명으로 지난해 1961명 대비 36%나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접수자 수가 확 줄었던 2020년(621명) 이후 매년 빠르게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자동차진단평가사가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사진=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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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진단평가사는 자동차 분야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2008년 최초로 민간자격으로 등록된 후 2010년에 국가공인자격으로 인정 받았다. 2011년 10월 제 1회 시험을 치른 이후로 현재까지 약 7800명에게 자격증이 발부됐다.
자동차진단평가사의 주요 업무는 바로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 점검이다. 자동차의 주요 기능과 함께 정상작동 여부, 손상 확인, 사고 및 수리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특히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적절한 가격을 도출해내는 것이 자동차진단평가사의 핵심 역할이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사고 이력을 숨기고 차량을 판매하는 등 사기행각이 많다는 인식 탓에 소비자들이 직접 거래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진단평가사는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주고 거래 활성화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진단평가사 자격증 취득 수요가 늘다보니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교도 등장했다. 경기과학기술대는 올해 자동차진단평가 전문학사 과정을 개설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대진대덕대는 2024년에 관련 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취득한 자격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장, 자동차경매장, 중고차매매업체, 보험업체, 신차영업소, 정비업체 등이다.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나 성능점검 분야에서 진단평가사 자격증을 많이 취득한다”며 “중고차 매매를 하는 딜러들도 신뢰 확보를 위해 많이 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자격증은 중고차 매매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진단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 중고차매매업 종사자는 “중고차를 진단하고 가격을 평가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돼 도전했다”며 “필기와 실기시험을 포함해 약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고차 거래를 하면서 진단평가사 자격을 통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