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달리는데..불 끌 준비는 되지 않았다

전기차 보유 대수 5년 새 4배 증가했는데
소방당국, D급 소화기 기준 마련도 안 해
  • 등록 2024-07-02 오후 4:18:48

    수정 2024-07-02 오후 7:18:32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문화지체(cultural lag)’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 등 사회 환경과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문화지체 현상이 가장 비극적으로 나타난 사례다. 리튬배터리 화재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상황에서 결국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사진=연합뉴스)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이후 시민들은 ‘꺼지지 않는 화재’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으로는 진화할 수 없다. 열폭주가 발생한다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수십톤의 물을 쏟아부어 온도를 낮추는 방법뿐이다. 결국 열폭주가 발생하기 전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전기차 화재 대응에 무방비 상태다. 대부분 일반 분말형 소화기만 배치됐고 리튬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금속화재(D급) 소화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대부분 충전소가 지하주차장에 있어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방치한 소방당국에 있다. 전기차 보유 대수는 5년 사이 4배 이상, 전기차 충전기는 5년 사이 10배 이상 늘었지만 전기차 화재를 대비해야 할 소방당국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기차 진화에 가장 기본적인 금속 D급 소화기 기준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0년 감사원이 해외처럼 금속 화재를 별도로 분류해 소화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소방청은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일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이후 D급 소화기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사회 환경과 문화가 전기차 발전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D급 소화기에 대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하고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술·개발(R&D)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질식소화덮개·이동식소화수조 등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에 대한 예산을 늘려 ‘배터리 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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