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이번엔 매각" 의지 강한 FI…글로벌 이커머스가 품나

[마켓인]
큐텐·아마존·알리 등 인수 후보…티저레터 발송
전년 매각가 1조에서 5000억 수준으로 매력도↑
큐텐 '위시' 인수에도 韓 플랫폼 접점 관심있나
11번가 3년 연속 적자…흑전으로 몸값 올리기 사활
  • 등록 2024-02-21 오후 5:55:23

    수정 2024-02-21 오후 5:59:28

지난해 11월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강제매각 수순을 밟는 11번가가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업체들로 매각 방향을 틀며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협상이 불발됐던 큐텐을 비롯해 아마존·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들은 매각가를 낮추는 등 이번엔 팔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매각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는 잠재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원매자 물색에 나서면서 11번가 매각 작업도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된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2조7500억→5000억원으로 기업가치 ‘뚝’

11번가는 지난 2018년 나일홀딩스로부터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받았으나 이후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고 실적이 악화화면서 기일 내 IPO가 무산됐다. 이에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FI는 직접 투자금 회수에 나서게 됐다.

현재 11번가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6000억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전인 2018년 FI를 유치할 때 11번가의 기업가치가 2조75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지난해 큐텐과 매각 협상을 벌일 때에도 1조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당시 시장 추정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FI가 11번가의 몸값을 낮춰 매각에 나서는 것을 두고 투자 원금만을 회수해 엑시트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까닭에 11번가의 현재 가격 매력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미 한 차례 협상이 불발됐던 큐텐의 재참전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큐텐은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를 보유한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온라인상거래) 기업으로 지난해 SK스퀘어와 11번가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SK스퀘어 측의 협상 중단으로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협상 결렬의 이유로도 매각가와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이 꼽혔던 만큼 이번 매각가 조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추가 투지 유치 어려워 실적 개선 최우선

최근 큐텐은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1억7300만달러(한화 약 23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서 미국·유럽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시장으로 방향을 설정하면서 11번가 인수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시장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연합을 구축한 큐텐이 물류계열사 큐익스프레스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국내 커머스 플랫폼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에 관심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큐익스프레스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IPO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어 11번가 인수로 파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쿠팡의 독주를 막을 상대로 떠오른 알리는 현지 물류센터 개설 계획을 밝히는 등 국내 점유율을 확장하고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12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11번가 인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부터 11번가와 협업을 이어온 아마존도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11번가는 매각 시계가 늦춰질수록 영업적자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예상된다. 실제 11번가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0년 98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1년 694억원, 2022년에는 1515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2020년(-296억원) ▲2021년(-669억원) ▲2022년(-1038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탈출을 위해 11번가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해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판매자 ‘서버 이용료’를 도입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판매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음에도 서버 이용료 제도를 도입한 건 그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회사 SK스퀘어의 지원 없이 자체적 수익 개선에 나서 기업가치를 지키려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각이 확정된 상황에서 11번가가 할 수 있는 건 실적개선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뿐”이라며 “이커머스 시장 전체 경쟁이 포화된 상태고 현재로서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전략이 불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능성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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