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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하림(136480)·JKL파트너스 컨소시엄 간 HMM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신속한 매각을 앞세우면서 협상에 나섰던 산업은행은 7년 만에 나섰던 HMM 매각에 실패하면서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한다. 10년째 매물로 나와 있는 KDB생명보험이나 매각 골든 타임을 놓쳐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 등의 사례와 맞물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HMM 매각이 무산된 것은 지분매각 제한과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에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이 32.8%로 올라 HMM의 2대 주주가 되고 하림의 지분율은 38.9%로 떨어진다.
구조조정 매물을 매각한 이후에도 경영권 간섭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실질적으로 매각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
하림그룹이 동원그룹을 제치고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시장에서는 무리한 인수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대금 조달과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 등이 만만치 않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거란 관측이었다. 자금조달을 위해 하림그룹은 자회사 팬오션의 6000억원에 3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2조원대의 인수금융, JKL파트너스의 펀딩 6000억원 등을 동원할 계획이었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HMM은 산은과 해진공의 공동 관리 체제로 유지된다. 산은과 해진공의 재매각 시점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지만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재매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운 사이클이 하향기에 들어서고 있고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기업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점쳐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과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체적으로 자금 동원이 가능하고 재무 여력이 있는 기업들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미 매각가격이나 조건 등이 공개된 상태인데다 해운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