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글로벌 반도체칩(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NVDA)가 최근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H200’을 공개한 가운데 기존 칩인 `H100`과 호환되게 함으로써 시장 출시 기간이 단축되고 핵심 고객들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MD 등 경쟁사들이 경쟁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방어막을 잘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와 마켓워치, 배런스 등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50달러를 유지하면서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전일대비 2.1% 오른 496.56달러에 마감한 것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이 31%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긴축 정책 완료 기대감에 기술주가 다시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지난 13일 ‘H200’을 공개하면서 상승 탄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2016년 12월에 기록한 ‘최장 랠리(10일)’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502.7달러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H200은 현재 상용화 중인 AI칩 H10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141기가바이트의 차세대 메모리 ‘HMB3’가 탑재돼 H100보다 출력 속도가 2배 빠르고, 추론도 가능하게 한 게 특징이다. 특히 H100과 호환이 되도록 설계해 기존 H100 고객들이 서버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H200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H200은 내년 2분기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비벡 아리아는 “H100과의 호환으로 H200의 시장 출시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가 H200을 사용하고자 할 때 기존 하드웨어 플랫폼 재구축을 위한 투자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핵심 고객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MD는 H200의 경쟁 제품으로 꼽히는 AI칩 ‘MI300X’를 연말쯤 출시할 계획인데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는 기존 플랫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H200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비벡 아리아는 “H200은 H100을 단순하게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엔비디아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에 추가된다는 의미”라며 “인피니밴드와 이더넷(네트워킹 솔루션) 연결을 모두 지원하는 선도적인 AI 네트워킹 플랫폼, 기존 GPU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스택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21일 공개되는 2024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에 대해 낙관하면서도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AI칩 중국 수출 규제가 엔비디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AI칩을 이달 중 공개할 전망이다. 수출용 칩은 H20, L20, L2로 기존 A800, H800보다 성능을 낮춰 수출 기준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월가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총 51명으로 이중 48명(94.1%)이 매수(비중확대 및 시장수익률 상회 등 포함)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목표주가는 647.2달러로 이날 종가보다 30.3%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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