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들을 겨냥,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국회 정상화와 추경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거론하면 할수록 관심이 그쪽으로 쏠려 당에 득이 될 게 없을뿐만 아니라 윤 총장을 띄워주는 역효과만 불어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5개월 여가 지난 시점에서 이 전 대표의 `경고`가 현실화 하고 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첫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오면서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문조사에서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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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때리기에 尹 급부상…`3강 구도` 굳어지나
추석 연휴 전 10%대 초반에 머물렀던 윤 총장의 지지율은 국정감사(국감) 이후 10%대 후반까지 오른데 이어, 특수활동비(특활비) 논란 뒤 20%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때리면 때릴수록` 스스로 `식물총장`이라고 한 윤 총장의 존재감만 키운 모양새가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다 추미애 덕”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윤 총장 지지율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낙연, 이재명 지지율의 정체”라며 “일단 노출이 너무 일찍 돼 신선미가 떨어진 데다 친문(친 문재인) 눈치 보느라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게 문제다. 윤 총장 지지율 1위야 뭐 그렇다 쳐도 이 대표, 이 지사는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되는 치명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겉으론 덤덤한 민주당 vs 심각한 표정의 국민의 힘
`윤석열 급부상` 현상을 대하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거품 같은 반사이익`으로 치부하지만,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데다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권 레이스 참여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서울·부산 재보선을 앞두고 윤 총장의 지지도에 보수층과 유동층의 쏠림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권의 대안 부재 속에서 윤 총장이 `반 문재인` 정서를 가진 진영의 상징이 된 것”이라면서 “특히 보수 진영 쪽에서도 윤 총장을 정치를 할 만한 재목으로 간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일찌감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주자들의 지지율 다툼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온통 윤 총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현상`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극단적 불만과 이를 심판해 줄 강력한 인물에 대한 목마름에서 생성된 것”이라면서 “여권은 문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야권은 김 위원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윤석열 신드롬`은 점점 더 강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윤 총장이 실제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평론가는 “검찰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인 윤석열`이 되는 순간, 자신의 `총체적 역량`을 국민 앞에 드러내야 하는데 그때 쯤엔 인기가 `거품`에 불과했음을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강연이나 특정 후보 지지 등 야권 지지층을 결속하는 일정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