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첫 GTX 타봤더니…출퇴근 혁명-자족력 약화 '공존'

지난달 28일 GTX-A 파주~서울역 구간 개통
운정중앙역-서울역 22분…버스比 1시간 빨라
파주 출발 광역버스 이용객 25% 감소 분석
파주 운정 등 신도시 베드타운 전락 우려도
市 "GTX 토대로 기업·종사자 동시 유치할 것"
  • 등록 2025-01-08 오후 3:16:23

    수정 2025-01-08 오후 7:21:14

[파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실로 출퇴근길 교통혁명이라고 말한 만 합니다.”

지난 7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정중앙역에서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한 객차 안에서 만난 박창태(49)씨의 GTX에 대한 소감이다.

GTX 개통 전 매일 아침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시 중구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로 출근하기 위해 박 씨는 집에서 약 700m 떨어진 한울마을2단지 버스정거장에서 M7154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숭례문 정거장까지 이동해 다시 회사 건물까지 300m를 걸어서 들어가는데 약 1시간 20분정도를 썼다.

지난 7일 아침 GTX-A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승객들이 서둘러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그런데 운정중앙역에서 출발하는 GTX로 집에서 회사까지 넉넉잡아 35분이면 가능해졌으니 충분히 이런 말이 나올만 하다.

박 씨는 GTX가 개통하면서 매일 아침 최소한 30분 더 잠을 잘 수 있고 하루 출·퇴근에 필요했던 1시간 30분을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늘 부족했던 수면 시간을 일정 부분 늘릴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GTX는 단순히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경기북부 서부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정중앙역에서 매 10분마다 출발하는 GTX 열차는 총 8량의 객차로 서울역까지 22분만에 주파한다. 기자가 탄 열차 역시 정확히 22분이 소요된 오전 7시 2분 서울역에 도착, 출입문을 열었다. 최고 180㎞/h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열차인 만큼 일부 구간에서는 객차 내 표시계에서 150㎞/h를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열차는 역에서 정차하는 시간을 포함해 총 33.7㎞의 거리를 평균 91.9㎞/h의 속도로 운행한다.

GTX-A.(노선도=지티엑스에이운영㈜ 제공)
앞서 지난해 3월 개통한 GTX-A 수서~동탄 구간의 초기 이용률이 낮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12월 28일 정식 운행을 시작해 이제 막 개통 열흘을 맞은 GTX-A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GTX-A의 운영사가 현재까지 이 구간 이용객 수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현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파주시에서 서울 각 지역으로 출발하는 광역·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운수업체들이 GTX 개통 전에 비해 약 25% 가량 버스 이용객 감소가 있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볼때 파주에서만 대략 5000명이 GTX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는 1기신도시 중 하나인 일산신도시를 포함해 고양시에서도 킨텍스역과 대곡역에서 GTX가 각각 정차하는 만큼 파주·고양 등 경기북서부권 주민들의 이용률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강승필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은 이를 두고 “GTX-A노선이 운행하는 고양·파주는 향후 타 지역의 B·C노선이 개통하기 전 5~6년간 경기북부 개발여건에서 독점적이자,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아침 GTX-A의 파주 운정중앙역사 내부에 걸린 개통 축하 현수막 옆으로 이용객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GTX-A는 이용객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도 이런 절대적인 호평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과 거리가 먼 파주의 운정신도시 등 인구밀집지역을 또 하나의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GTX 개통에 따라 파주 운정신도시에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추진하는 기업유치 등 자족기능 강화 전략이 서울에 소재한 기업을 이전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지자체는 GTX 개통에 따른 교통역량 강화가 기업유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서울의 인구만 유입되고 직장은 그대로 서울로 다니는 인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가가 저렴한 강점을 내세워 기업과 인구가 동시에 파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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