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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가재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퍼주기 정책 때문이라는 시각과 코로나19 대유행을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반론이 부딪히고 있으나, 이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매한가지인듯 합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 대대적인 돈 풀기를 단행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촉진 등의 명목으로 7차례에 걸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2019년 475조4000억원 수준이던 총지출은 2020년 554조7000억원으로 16.7%나 늘었고, 이런 추세는 작년에도 이어져 무려 679조5000억원이나 지출했습니다.
벌어들인 수입 이상의 돈을 써다 보니 세계 각국 모두 부채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국가 순채무(Net Debt·총채무에서 정부보유 금융자산을 차감한 순채무 규모) 비율은 2019년 83.06%에서 코로나19 발발 첫해인 2020년 98.33%로 15.27%포인트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부채비율은 121.69%에서 141.43%로 19.7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주요국가들의 순채무 비율은 왜 낮아졌을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인플레이션 영향을 거론합니다. 치솟은 물가로 인해 제품가격 및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세수 규모가 늘었고, 유동성 과잉으로 화폐가치도 낮아져 빚의 실질적인 가치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순채무 비율은 2021년 20.89%로 전년 대비 2.64%포인트 늘었고, 2022년(23.89%)에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2021년 46.9%, 2022년 49.6%로 계속 늘었습니다. 2019년 723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1067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낮아지지 않은 건 늘어난 세수보다 지출 증가폭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지출은 682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1조3000억원이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세수 증가분이 47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서 들어온 돈의 2배 가까이 추가 지출했으니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은 늘었으나 소비 관리에 실패한 셈입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지출 증가속도가 세수증가 속도보다 워낙 빨랐기에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난 것”이라며 “재정준칙이 없어 지출 확장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도 문제로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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