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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대 농업단체인 콜드리레띠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이탈리아 내 바나나, 망고, 아보카도 재배량은 3배 이상 급증했다. WSJ은 “스페인의 올리브 농장이나 알제리의 밀·보리밭 등 지중해 연안 일부 농가가 열대 과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면서 “이탈리아 남부 밀 재배 지역에선 망고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15년 전까지 이탈리아 중부나 남부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었던 토마토나 올리브도 이젠 북부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지중해 바닷물이 예전보다 더 깊은 내륙까지 스며든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장기간의 가뭄과 폭염, 건조한 날씨까지 겹쳐 저수지가 메말랐다. 지면에 스며든 염분을 씻어내기엔 담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 북부 쌀 생산 지역에선 올해 가뭄이 장기화하자 일부 농민들이 벼 대신 물을 덜 필요로 하는 대두(콩)를 심었다. 알제리의 밀과 보리 재배 지역에서도 강우량 부족으로 수확기를 한참 남기고 곡물이 익은 바람에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 이 지역 농민들은 현재 물을 덜 쓰는 채소 등을 재배하고 있다.
기존 작물 대신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지중해 연한 국가들은 무더운 날씨에 적응할 수 있는 농작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다양한 종류의 ‘가뭄 방지’ 토마토를 개발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역의 농식품기술연구소(IRTA)는 더 높은 기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사과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프랑스 남부 와인 생산 지역에서도 고온이나 가뭄에 더욱 잘 견딜 수 있는 포도 품종을 모색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과학기술연구원(Eureca)의 카를레스 이바네즈 기후변화 국장은 “(농작물이 날씨에) 적응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일부 지역에선 결국 쌀이나 밀 등의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재배 대상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