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여(與)권발 견제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이 잠행을 깨고 공개행보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자, 여당에서는 그가 야권 후보로 적절하지 않다며 이른바 `배신론`을 꺼내들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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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6월 2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5.1%를 기록해 여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23.1%)에 1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4개월 연속 오차범위 밖 1위에 올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9.7%를 기록하며 3위였다. 특히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1.2%로 응답자 절반을 넘어섰다. 이 지사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3.7%였다.
그런 윤 전 총장은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는 전날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기자들을 만나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좀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정치권을 강타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LH 사태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의 부동산 의혹까지 모두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4·7 재·보궐선거 전에 특검 수사로 가는 걸로 여야가 합의를 한 사안이다”며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들의 실망, 질책을 뒷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일제히 공격 태세에 돌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파격적인 승진으로 검찰총장에 올랐던 과거를 지적한 셈이다. 과거 송 대표는 `윤석열 파일`을 거론하며 송곳 검증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느닷없는 여야 정치인 포함 특검 요구는 부적절하다”며 “내로남불 소리 듣지 않으려면 국민의힘부터 설득해서 민주당과 다른 야당처럼 권익위 전수조사부터 받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대변인으로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내정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선임한 첫 번째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