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종전선언 연설 때 강경화 재택근무 중…"北 공무원 피살사건 몰랐다"

관계장관 회의 2차례 불참…"정상 연설순서 바꾸기 어려워"
조태용 "위기관리 대응시스템의 총체적인 실패" 비판
강경화 "지적 공감…국가안보실에도 요청"
  • 등록 2020-09-25 오후 5:47:45

    수정 2020-09-25 오후 6:25:02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종전선언’이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이 발표됐을 시점에 외교부는 우리 국민이 북한에 피살당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피살됐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데는 애초에 외교부가 의사결정 구조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강경화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서 해당 사건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23일 낮,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공개된 것은 우리 시각으로 23일 새벽 1시 30분이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연설이 나오고 나서야 외교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했다는 이야기다.

앞서 강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된 이후에도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 담긴 기조연설을 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사건 발생 전 녹화된 영상이었다”며 불가피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주 베트남(출장)을 다녀온 뒤 연가를 내고 재택근무했다. 23일 두 차례 관계 장관회의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17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강 장관은 격리 면제 대상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외접촉을 피하고 자가격리했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기조연설을 미리 영상파일로 받아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연설일 4일 전까지 유엔사무국으로 녹화 영상을 보내야 한다는 기준에 맞춰 지난 17일 제출 완료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순서를 바꾸는 형식으로 해당 영상 공개를 막을 수 없느냐는 질의에는 “정상의 연설 순서는 매우 바꾸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물론 외교부가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애초에 이같은 시도 자체가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 의원은 문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유엔총회 첫날이었던 것을 지적하며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설사 연설 순서를 바꾸기 어려웠다면) 올해 대통령께서 유엔 총회 연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연설해야 한다는 의전적인 필요성에 의해 대통령이 엉뚱한 연설을 하시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대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국제적인 무게감이 있는 연설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의 발생을 외교부가 알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 한 번도 없었다”며 “문재인 외교안보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부 장관이 어떻게 이 일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되냐, 외교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에게 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말씀하신 지적에 공감한다.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보실에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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