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야권발 ‘세대교체 바람’을 마주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기획단 출범을 앞두고 14일 고민에 빠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을 빌미로 ‘꼰대정당’ 이미지를 뒤집어쓰면서 대권 경쟁서 불리한 국면에 섰다는 판단 탓이다. ‘빅3’ 구도가 흔들리는 모양새가 나오자 이참에 경선 일정을 미뤄 새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나 “한발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 1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기념관 개관 기념행사에서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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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송영길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는 오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기획단 인선 및 운영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선 기획단이 구성되는 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선 일정 연기 여부도 갈피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고 수석대변인은 “예비후보 등록일이라는 규정은 없으며 당 일정상 어느 날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며 “대선기획단 발족 이후 기준이 정해질 것”이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대선기획단장에 청년 정치인을 전면 배치해 ‘이준석 돌풍’에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상 다선 의원이나 당 사무총장이 맡는 것이 관례이나 당 안팎에 만 39세인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고 수석대변인은 단장에 파격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전망에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모든 게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이 경선의 안정성보다 역동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경선연기론’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언더독’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경선 흥행으로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을 타려는 군소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전한 박용진 의원은 ‘빅3’ 구도 흔들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광재 의원은 미뤄지긴 했으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면회를 계획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경선연기와 함께 ‘토너먼트 방식’ 등 경선 시스템에도 변화를 줄 것을 공개 제안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출마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경선 연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관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경선 연기에 호의적이나 언더독의 반란은 반갑지 않다. 이들은 이날 나란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 기념관 개관 행사에 참석해 ‘DJ 후계자’를 자임하며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호남이 지역구인 모 의원은 “야권에서 청년 바람이 분다고 새 얼굴을 찾겠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되려 ‘유능한 여당’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