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대통령 관저 앞은 또 대통령 체포와 탄핵 촉구·반대 단체로 가득 찼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보름째다. 긴장감이 감도는 관저 주변 분위기 속 경비 태세도 여전히 삼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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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눈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이른 오전부터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두툼한 외투와 모자, 장갑 등을 두른 채 자리를 지켰다. 낮이 되면서 집회를 찾는 이들이 늘자 집회 분위기도 한층 더 고조됐다.
이날 집회 연단에 오른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반대한다는 주장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또 이날 진행된 공수처와 대통령 경호처,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3자 회동 소식도 비판했다. 이들은 집회 중간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표된 윤 대통령의 담화를 여러 차례 돌려보기도 했다.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엔 탄식이 흘러나왔다. 집회 사회자는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정상적인 경호 활동이 가능할지 판단한 뒤 (대통령실) 수석이나 실장을 보내서 우리를 모두 경호원으로 임명하시길 바란다”며 “우리가 임명되면 관저 밖에서 목숨 바쳐 경호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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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집회 장소에서 100미터(m)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단체의 무기한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경찰의 질서 유지선에 걸어둔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지난 10일 이후 관저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양측 집회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버스를 동원해 이들 사이에 차벽을 세워 분리했고, 인근 통행로 주변에도 질서 유지선을 둬 경계를 강화했다. 다만, 연일 이어진 밤샘 집회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양측 집회 참가자들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대통령 관저 경비 태세는 여전히 삼엄한 상태다. 관저 진입로 앞쪽으로는 경찰 질서 유지선이 설치돼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관저 앞 입구 쪽엔 대형버스로 겹겹이 차벽이 세워져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했고, 관저로 올라가는 길목에도 버스가 줄지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경내 곳곳엔 철조망과 쇠사슬도 추가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경찰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기존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내면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호처는 “사전 승인 없이 강제로 (관저에)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