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욱일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서구권에서는 욱일 문양이 옷, 가방 등 다양한 디자인에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독일 나치 문양은 철저히 터부시하는 서양인들이 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는 분별없이 사용하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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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나치 문양과 욱일 문양은 같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는 그 기원이 아리아인에 있다는 게 19세기 학계를 통해 처음 밝혀지면서 나치당이 이를 당기로 삼았고 히틀러 집권과 함께 국기로 제정됐습니다.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당시 유대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0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이후 ‘순수한’ 하켄크로이츠는 인종주의의 상징으로 굳혀졌습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반나치법을 발효했고 여기에 하켄크로이츠 사용 금지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국주의를 내포하는 것은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가 같지만, 욱일기는 국기로 사용된 적이 없고 인종주의를 담고 있진 않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얼마나 오랜 기간 문화적으로 이 이미지가 통용되었는가’라는 기준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하이크로이츠는 순수성이라는 의미가 19세기에 와서 다시 ‘발견’된 것이지만, 햇살을 뜻하는 욱일 문양은 일본 사람들이 예전부터 ‘발명’해 꾸준히 사용했습니다. 욱일은 순일본어로 아사히인데, 진보 언론 아사히 신문은 로고로 이 욱일 문양을 쓰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보다는 햇살의 의미로써 말입니다.
하켄크로이츠의 이미지는 인종주의를 가리키지만 욱일은 제국주의와 햇살 두 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서양인들을 최대한 이해해보자면, 그들은 제국주의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 중국 등과 달리 욱일 문양을 햇살로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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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보단 서구권의 남부연합기와 비교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남부연합기는 노예제 갈등으로 미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연합이 1861년 처음 썼습니다. 이후 흑인 인종차별 단체 쿠 클락스 클랜(KKK)이 사용함과 동시에 미국 남부에서는 참전군인을 기리는 행사에 쓰이며 남부의 유산과 자부심을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해석의 이중성이란 면에서 욱일기와 비슷한 것입니다.
남부연합기는 백인들과 흑인들이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과 서양, 한국과 중국의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선명하게 갈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2015년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7%는 남부연합기는 인종차별보단 ‘남부의 자부심’을 의미한다고 답한 가운데, 백인의 25% 만이 깃발에 인종차별의 뜻이 있다고 한 반면, 흑인은 72%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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