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엑시노스는 여전히 시장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게 냉정한 시선이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이 신제품 엑시노스2500으로 경쟁력과 역량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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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주요한 세 사업부 가운데 시스템LSI사업부장만 그대로 유임됐다.
당초 업계에선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모두 교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실기가 컸고 파운드리사업부는 3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수율 개선이 늦었다. 이런 탓에 고객 확보 측면에서 결과물이 부족했다. 업계에서 DS부문 산하 사업부장들이 대거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이유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성과 역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이 사업부의 핵심 제품인 스마트폰 AP 엑시노스가 점유율 확대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였다. 업계 5위에 그쳤다.
이미지센서 전문가 역량 발휘
박 사장이 예상을 깨고 자리를 지킨 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보다는 일부나마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올해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업계 첫 2억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9’ 개발이다. 망원 카메라용으로 2억화소를 지원하는 이미지센서를 만든 건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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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로봇 등에도 널리 쓰여 미래가 유망한 제품이다. 박 사장은 이미지센서 전문가인 만큼 삼성전자로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그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다만 엑시노스가 완전한 부활에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차기작인 엑시노스2500은 성능과 수율 이슈 탓에 갤럭시 신제품인 S25 시리즈에서는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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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기회를 얻은 박 사장은 ‘엑시노스 부활’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내년 초 나올 갤럭시 신제품의 엑시노스 탑재는 무산됐으나 내년 하반기 나올 7세대 갤럭시 폴더블폰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사장 역시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에 엑시노스2500을 넣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폴더블폰은 퀄컴의 AP를 쓰고 있다. 이미지센서의 애플 공급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면 쇄신을 할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나 박 사장을 유임시킨 건 그의 성과를 인정하는 동시에 DS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박 사장에게 내년은 올해보다 더 큰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