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수도권 일대 117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지난 28일 오전 6시 40분께 안양시농수산물도매시장.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여부를 확인하던 당직자는 청과동 지붕에서 ‘우지끈’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을 듣고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업소장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 지난 11월 28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이틀째 이어진 폭설에 무너져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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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30cm 넘게 쌓인 습설(濕雪·물을 머금은 무거운 눈)로 청과동 지붕은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관리사업소는 오전 7시 15분께부터 청과동 내 인원 대피를 시작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년에 한 번인 김장철 대목인 데다, 가장 장사가 잘되는 오전 시간대 갑작스러운 대피 명령에 중도매인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다.
상인들의 반발에도 관리사업소는 상인들을 설득해 오전 8시께 전원 대피에 성공했다. 유선으로 상황을 지휘하던 최대호 안양시장도 8시 35분께 직접 현장으로 와 “안전을 최우선시하라”며 전면 출입통제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낮 12시 2분께 시장 청과동 남측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붕괴된 지붕 면적은 6028㎡로 1층 전체 면적(1만4917㎡)의 절반에 달했다. 당시 청과동 안에 있던 중도매인과 고객 등 인원은 300여 명 남짓.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1명에 그쳤다. 안양시의 빠른 대처로 끔찍한 대형 인명피해를 막은 사례다.
| 폭설로 인해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지붕이 무너진 28일 오전 최대호 안양시장이 사고 현장에서 소방 및 경찰 관계자들과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안양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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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후 안양시는 행정지원 및 복구지원을 전담하는 TF를 꾸렸다. TF는 사고 2일 만에 시장 내 다른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 및 제설작업 후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3일째에는 도매시장 지하주차장에 임시경매장을 설치해 생업이 끊긴 청과동 중도매인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발생 2주 만인 지난 12일에는 600㎡ 규모 임시 청과동으로 사용할 가설건축물 한 동을 지하주차장에서 설치했고, 1200㎡ 규모 추가 가설건축물도 이번 주 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너진 청과동 지붕에 대한 철거작업은 다음 주부터 1월 6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피해금액은 240억원으로 시는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16억원과 시 재난관리기금 5억원을 우선적으로 복구비용으로 투입한다. 또 피해 중도매인들을 대상으로 상수도 요금 20% 감면, 시설사용료 면제 등도 지원 중이다.
최대호 시장은 “이번 사례와같이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재난 상황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