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B씨가 앱 다운로드 링크를 하나 보내왔다. 영상통화 중에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우려된다며 A씨에 녹음방지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한 것. A씨는 의심 없이 앱을 설치했는데 이후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B씨는 영상통화 기록을 지인들에 유포하겠다며 A씨를 금전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어찌 된 일인지 A씨 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가 통째로 B씨의 손에 들려 있었다.
중국 해커조직이 가상의 인물(B씨)을 앞세워 한 남성을 협박한 대표적인 몸캠피싱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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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지난달 31일 국내 대표 몸캠피싱 방지 업체인 라바웨이브의 김준엽 대표를 만나 최근 달라진 몸캠피싱 공격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 2019년 1월 설립된 라바웨이브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국내 몸캠피싱 영상 2500건의 유포를 막았다. 해커의 서버에 올라간 피해자 영상 데이터 등을 라바웨이브의 더미 데이터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각 영상 속에 담긴 피해자 2500명을 구했다.
피해자는 영상 속 여성을 실제인물로 인식하지만, 허구의 인물이다. 중국 해커가 미리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피해자가 영상통화에서 보는 상대방은 이미 녹화된 영상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최근 채팅 앱에서 ‘강아지(본인 말을 잘 듣는 성향)를 구한다’, ‘노예를 원한다’는 식으로 남성을 유인하는 등 몸캠피싱 수법이 진화했다”며 이용자의 주의를 요구했다.
라바웨이브는 AI 고도화로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더 악랄해지는 해커조직을 공격 수법별로 그룹화해 대응하는 한편, AI를 고도화해 공격 패턴 분석과 위협 감지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몸캠피싱 공격 조직은 대다수가 중국에 거주해 검거가 어렵다. 라바웨이브가 국정원과 공조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라바웨이브는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매출액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내년 하반기 중에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몸캠피싱뿐 아니라 스토킹이나 성범죄, 물리적인 외부 위협 등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범죄 대응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