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신 타파하려 '라이브 접종' 나선 거물들…기준은 '파우치'

부작용+음모론+불법행위 등 아우러져…접종 꺼리는 분위기
오바마 "파우치 같은 사람이 안전하다 하면 생중계 접종"
英보건장관 "생방송에서 백신 맞겠다"…존슨 총리도 합세
  • 등록 2020-12-03 오후 3:46:27

    수정 2020-12-03 오후 3:46:27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같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말한다면 기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것이다. TV에 출연해 접종하거나 접종 장면을 촬영하도록 하겠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글로벌 거물들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백신 불신론’을 타파하기 위해 잇달아 행동에 나섰다. 막연한 불신이 자칫 집단면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사진)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라디오 채널 시리우스XM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내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는 파우치 소장을 기준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는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줄기차게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시 불거진 부작용에 대한 우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떼돈을 벌기 위해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뜨렸다는 음모, 과거 보건당국의 불법행위에 따른 의심 등이 아우러지면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여론조사기업 입소스가 지난 10월8일부터 11월3일까지 세계 15개국 1만852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73%에 불과했다는 점은 이를 극명히 방증한다.

특히 오바마는 인터뷰에서 과거 보건당국이 저지른 의료분야 불법행위와 학대의 역사를 염두에 둔 흑인사회가 신속 개발된 백신에 품는 의심을 알고 있다며 흑인 등 유색인종에 만연한 백신에 대한 안심을 시키는 데 주력했다.

오바마가 콕 집은 불법행위는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진행한 이른바 ‘터르키기 매독 생체실험’이다. 이로 인해 흑인 등 유색인종 사이에선 백인집단의 연구 또는 의학적 처치에 대한 극단적 불신이 커졌다. 무엇보다 상당히 긴 개발기간과 까다로운 승인절차에도, 이번 코로나19 백신이 불과 1년도 안 돼 만들어졌다는 점도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영국에서도 거물급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같은 날 영국 ITV 굿모닝 브리튼과의 인터뷰에서 “생방송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다만, 핸콕 장관은 “백신 접종에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우선 접종하도록 한 관련 절차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라이브 접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알레그라 스트래튼 총리 공보비서는 ‘존슨 총리의 백신 접종 장면을 생중계할 것이냐’는 질문에 “총리가 (그 방안을) 배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생방송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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