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통화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발언이다. 연준의 ‘이중 책무’인 물가와 고용안정 가운데 지금은 완전고용에 포커스를 두고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고, 이제는 제약적인 금리를 완화해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FOMC 성명서에서도 이 같은 연준의 판단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기존 성명에선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문구였으나 이를 “이중 책무의 양쪽(물가와 고용)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문구로 변경했다. 고용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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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의 판단은 데이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상승률은 지난 6월 2.6%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 3개월치 데이터를 연율로 환산하면 2.3%다. 지난 5월 기준 3개월 연율 2.9%보다 확연히 둔화했고, 연준 목표치 2%에 거의 다가섰다. 파월 의장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품과 비주거서비스, 주택서비스 등 세 가지 근원 PCE 범주에서 모두 진전을 보였다. 이는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2분기 고용비용지수(ECO)는 전분기 대비 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2%보다 0.3%포인트 떨어졌고, 월가 예상치(1.0%)도 밑돌았다. 고용비용의 약 70%는 임금이 차지하는데 그간 치솟았던 임금 상승 여력이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과거 기업들은 임금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는데, 이젠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둔화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연초 3.7%였지만, 꾸준히 오르며 지난 6월에는 4.1%를 기록했다. 실업률 3개월 평균은 12개월 최저치에서 0.43%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이전 12개월간 가장 낮은 실업률 대비 0.5%포인트 이상 상승한 경우 불황이 찾아온다는 ‘샴의 법칙’(Sahm‘s Rule)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과거 선례를 비춰보면 실업률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자칫 연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칠 경우 급격하게 경기 침체가 올 우려가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고용지표가 후행적인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보는 데이터에서 약세가 나타날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이를 고려한 듯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더 냉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연준이 제약적인 현 금리를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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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도 대체로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ING는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며 “연준은 과거에도 잭슨홀을 향후 정책변화의 신호를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해 왔는데, 향후 데이터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8월 잭슨홀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신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UBS는 “정책결정문은 금리 인하 시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했고, 기자회견은 9월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씨티는 연준이 ‘빅컷(50bp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씨티는 “50bp 인하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며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약화될 경우 시장이 50bp 인하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남겨뒀다”고 평가했다. 오는 2일 발표될 7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따라 9월 금리 인하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