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였던 UAE와의 관계가 탄핵정국으로 몇 달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행히 다음 정권이 들어서도, 갑자기 중동과의 관계 강화 기조가 사그라지지는 않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탄핵정국에 놓이면서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경쟁국들은 계속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다소 답답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부터 UAE가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쌓아나갈지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사진=ADFW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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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UAE가 일본에 이어 중국 자본시장 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쌓아가고 있다. UAE에서 활동하는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 2024’가 열리는 동안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자본시장 최대 행사인 ‘아부다비 금융 주간(ADFW 2024)’이 열렸다”며 “중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세션을 담당하는 등 행사를 주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DFW는 현지·글로벌 IB 업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자본시장 행사다. 아부다비를 글로벌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3년 전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블랙록, 모건스탠리, 누빈, UBS 등 유명 CEO들이 연사로 참석함은 물론,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같은 현지 국부펀드 관계자와 UAE 정부 고위 관계자가 대거 자리했다. 이때 UAE와 중국은 ADFW 행사 기간 중 ‘UAE-중국 투자 서밋’을 개최했다. 양국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로 무역, 투자, 문화 등 양국의 향후 교류 방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양국의 관계 강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 양국 투자는 급증해 지난해 비석유 부문에서만 무역 규모가 810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UAE는 중동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의 무역 상대국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주식시장 거래도 활발하다. 두바이증권거래소(DFM)와 아부다비증권거래소(ADX)는 홍콩,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와 교류해 중국 자본을 끌어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UAE 국제금융자유구역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관계자들이 중국 상하이, 그리고 홍콩에서 로드쇼를 개최했다. 중국 주요 금융 기관과의 관계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UAE 현지 언론은 ADGM 측이 본래 3일로 일정을 정했으나 넘치는 수요 덕에 로드쇼 기간을 5일로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최근 60개 넘는 중국 기업이 ADGM에 등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국내 사정은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가 탄핵정국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하면서 외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일머니 유치를 위한 주도권 싸움에 밀릴 수 있다는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UAE 현지에서 활동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현지에서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선 지금이 정부가 힘을 써줘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는데 상황이 아쉽다”며 “우선 현지에 진출한 개별 기업별로 묵묵히 현지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국내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돼 신속히 뒷받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