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의 배신? 라면값도 올렸다… 업계 도미노 우려

오뚜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 평균 11.9%↑
"원재료값·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 불가피"
서민음식 대표성에 못 올리고 눈치보던 업계
농심·삼양식품 모두 라면 가격 줄인상 가능성
"코로나에 밥상물가 부담 느는데…" 서민 한숨
  • 등록 2021-07-15 오후 4:22:46

    수정 2021-07-15 오후 9:01:2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뚜기가 13년만에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라면업계는 그동안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라면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대표적 서민음식이라는 라면 가격을 올렸다가 쏟아질 여론의 뭇매를 우려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펴왔다. 그러나 오뚜기가 총대를 매고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업계의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로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조치는 지난 2008년 4월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오뚜기 대표 제품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의 출고가는 684원에서 770원으로 약 12.6% 오른다. 스낵면(봉지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오른다.

오뚜기는 이번 라면 가격 인상을 두고 “최근 밀가루와 팜유 등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뚜기는 앞서 지난 2월 제품별 라면 가격을 평균 9.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가 비난 여론을 못 이겨 철회했다. 장바구니 물가와도 직결된 만큼 정부에서도 라면값 인상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오뚜기는 5개월 후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눈치를 보던 다른 라면 제조사들도 늘어난 비용 부담을 주된 이유로 들며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주력제품 신라면 가격을 지난 2016년 이래 동결한 상태다. 농심은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다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도 2017년 주력제품 삼양라면 가격을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라면 등 가정에서 식료품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굳이 이 시기에 가격을 인상해 서민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 들어 대폭 가격이 오른 달걀과 대파는 물론 즉석밥, 식용유, 두부, 콩나물, 각종 소스·장류까지 올해 초부터 거의 모든 식재료의 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면서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밀, 소맥분, 대두, 팜유 등 라면에 필요한 대부분의 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단가가 높아졌다. 지난달 기준 팜유와 소맥분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71%와 27%나 올랐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 빅3’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475억원에서 올 1분기 929억원으로 1년 만에 평균 37% 줄었다. 같은 기간 2분기 실적 역시 1049억원에서 798억원(Fn가이드 전망치)으로 평균 23.9%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곡물 등 원재료 가격 급등 부담으로 관련 제품 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 업계에서 고민이 많은 분위기”라며 “서민 음식이라는 특성상 소비자와 정부의 민감도가 높고 시장 경쟁도 치열한 만큼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부담인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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