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속 의무화됐던 야외 마스크에서 해방된 첫날. 마스크 벗기만을 기다려온 직장인 정모(27)씨는 2일 오전 아파트를 나온 뒤 마스크를 벗어 가방 속에 넣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한참을 걷던 정씨는 자신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다시 마스크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내가 날짜를 착각한 줄 알았다”며 “완전히 벗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일단 턱스크(턱에 걸치는 마스크)를 했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도입한 지 566일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적어도 야외에선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첫날이지만,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데일리가 서울 주요 도심을 돌아보니 간간이 ‘턱스크 족’만 보일 뿐, ‘노마스크 족’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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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 놀이기구가 함께 있는 서울 송파구의 놀이공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대학생 장모(22)씨는 “다들 안 벗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 눈치를 봤다. 사진 찍을 때만 마스크를 벗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 관계자 역시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분위기가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던 직장인 박모(33)씨는 “커피를 마시면서 산책하기가 눈치 보였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니 좋다”면서도 “마스크 쓴 사람이 많아서 완전히 벗기는 좀 그렇고 턱스크로 다니는데 자유가 주어진 것에 해방감을 느낀다”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남은 영향으로 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해도 지금까지 감염병 대응에 쌓아온 경험이 있고, 마스크의 장점도 있어서 곧바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엔데믹, 즉 풍토병 상태까지 가야 국민이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을 것이고, 엔데믹까지 가려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진료시스템이 독감처럼 효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