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전환 여부 142명 전수조사로 결정

통합당, 현역·당선인에 비대위 의견 조사
'김종인 비대위' 갑론을박 계속
개혁 이끌 수도권 인사들 대거 낙선
민심-당심 괴리 커..극성 지지층만 남아
  • 등록 2020-04-21 오후 4:39:10

    수정 2020-04-21 오후 9:14:34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이주영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후 당 수습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다 해도 원내에 개혁을 주도할 만한 수도권 의석이 모자란데다, 당원들도 극성 지지층만 남아 전당대회를 통해 민심과 괴리되지 않은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통합당, 현역·당선자에 ‘비대위 전환’ 전수조사

미래통합당은 21일 20대 국회 현역 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을 상대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 또는 조기 전당대회 실시 여부를 전화설문으로 전수조사했다. 결과는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당 현역은 92명, 당선인은 84명이다. 중복 인원을 빼면 142명이 조사 대상이다.

통합당은 22일 조사 결과에 따라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지, 비대위를 꾸릴 경우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영입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통합당 내에선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강한 쇄신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혼재한다. 신보라 의원은 이날 “‘김종인 비대위’가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한 당대표 체제는 성공하고 혁신했나”라고 되물었다.

다만 비대위가 들어선다 해도 일시적 혁신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을 혁신하려면 결국 총선에서 살아남은 의원들이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여론에 민감하고 개혁적인 수도권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을 겨우 건졌다. 당선자 84명 가운데 70%는 영남 당선자로 채워져 ‘영남 정서’는 더 짙어진 모양새다.

당원 수구화..전대서 중도적 인물 선출될지 미지수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도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가 커 합리적인 인물이 당권을 잡을 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2월 전당대회에서도 일반 여론조사와 한국당 지지층 조사 결과의 차이가 컸다. 일반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후보가 1위로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선 황교안 후보가 오 후보를 압도했다. 오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황 후보의 절반 밖에 얻지 못해 2위에 그쳤다. 결국 황 대표는 임기 내내 ‘태극기 부대’의 여론을 의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이 전국 선거에서 참패한 뒤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당대표 이정현·홍준표·황교안 전 대표 모두 중도층 민심을 잡지 못했다는 점도 ‘조기 전당대회 회의론’에 힘을 싣는다. 20·21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중도층이 제 1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극성 지지층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총선 직전 차명진 전 의원이 막말로 제명 위기에 처하자 통합당 당원 게시판은 차 전 의원을 제명하지 말라며 항의하는 글이 쇄도했다.

통합당 한 의원은 “당원들이 수구화된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라며 “그렇다고 당대표를 뽑는 데 당원을 배제한 채 일반 여론조사 100%를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 상태론 전당대회를 한다 해도 제 2의 황교안이 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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