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리나라는 규제가 촘촘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렵습니다. 규제를 덜어내 과학자들의 도전을 장려하고, 트럼프 2기 시대를 대비해 전략적인 연구개발(R&D)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패권 경쟁에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미국이 인공지능(AI), 우주 뿐만 아니라 수소환원제철처럼 과학기술 전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AI 분야는 미국이 투자를 강화하고, 앞으로도 강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전략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사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 |
|
윤 원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정책조정전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ICT 국제화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다. 윤 원장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대외적 불확실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전략기술에 대한 보호를 계속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미국이 이연구개발에서 ‘성과(performance)’ 보다 ‘영향(impact)’을 강조하고, 유연한 R&D 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 전반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R&D 자금 확대에 대해 중복회피를 통한 효율성을 강조, 사실상 정부 R&D 예산 감축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봤다. 가령 미국은 수소환원제철에 설비투자까지 R&D 비용을 포함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과학기술과 자국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형식주의’ 틀에 갇혀 R&D 비용 내역에 제한이 있고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원장은 “수소환원 제철 R&D에 설비투자까지 다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형식주의’ 관행이 강해 틀에 맞춰 행동한다”며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좋지만 노벨상과 같은 유연하거나 창의적인 성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 인재 육성도 의대쏠림 현상, 인구감소, 미국 등 과학기술 강국의 인재 쟁탈전이 더해져 인재 수급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이동했던 만큼 이제부터는 전략기술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과학기술인재를 붙잡아 제대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원장은 “결국 인재 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총괄적으로 해나갈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AI가 기술 주도권을 완전히 바꾸는 가운데 안정적이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 강화하는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