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올해 4분기에만 작년 두 배가 넘는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졌다. 통상 연말 회사채 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의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따라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이다. 금리 인하로 인해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마련된 데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차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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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회사채 투자 매력이 높아지자 기관들의 북 클로징 자체가 늦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렸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본부 관계자는 “연초효과를 바라보고 내년 초 발행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발행 일정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회사채) 물량 확보가 이어지는 등 수급 상황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준 AA-등급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크레딧 스프레드는 57.6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연초효과로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1~2월(74bp)보다 오히려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저금리로 차환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강하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하기 전 회사채 발행의 자금 사용 목적은 채무상환 자금과 운영 자금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작년 이후 채무상환 자금 사용 목적의 발행이 60~80%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여전히 과거 대비 높은 금리 레벨을 감안했을 때 내년에도 회사채 발행은 차환 목적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2월 초까지 기업들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효성화학(298000)(300억원), SK텔레콤(017670)(1500억원) 등은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며, JB금융지주(175330) 신종자본증권(1000억원), ABL생명 후순위채(500억원), 한화생명(088350) 후순위채(4000억원) 등 자본성증권 조달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