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프로는 지난 1969년 정부에서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 생산 및 공급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이후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주요 고객사였던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와 효성(004800)티엔씨가 경영에 참여해 운영하다 중국산 저가 카프로락탐이 물 밀듯 들어오며 사세가 기울었다.
지난 2011년 매출 1조1727억원, 영업이익 2109억원에 달했던 카프로의 실적은 2012년부터 하향세를 탔고, 카프로락탐 생산마저 중단하며 지난해에는 매출이 7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카프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결국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창고 매각 결정이 자산효율화를 통한 신사업 추진 여력 확보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신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티엠씨 컨소시엄은 카프로락탐 사업을 접고 신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기존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 파생된 수소와 황산 정제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황산이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전구체 핵심원료인 점을 고려하면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친환경플라스틱 원료인 아논도 주력 제품군에 포함시켜 체질개선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티엠씨 컨소시엄은 700억원의 카프로 유상증자 대금 중 450억원 가량을 신사업에 필요한 시설 투자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스팀은 석유화학 기업체에서 배관이나 시설물 속 원료의 온도를 높이거나 배관 보온 용도로 사용되는 필수 동력원이다. 카프로 공장이 위치한 울산 산업단지 내에 석유화학 업체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생산중단 장기화 여파로 올해 3분기 5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705억원 대비 91.9% 줄어든 수치다. 영업손실도 전년 동기(285억원)보다 줄었지만 20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