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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정세균 전 총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주말 1차 슈퍼위크의 성적표를 받아든 뒤 일정을 취소한 채 숙고를 거듭한 끝에 13일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64만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1차 슈퍼위크에서 받아든 4.03%의 득표율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전·충남과 세종·충북, 강원지역 순회경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도 낮았다. 더욱이 단기필마로 뛰었던 추미애 전 장관이 1차 슈퍼위크에서 11.67%를 득표하며 3위 자리를 확고히 한 것도 경선 포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정 전 총리 지지층 대세에 영향 줄 정도 아니지만, 후보별 이해타산 분주
각 대선 후보들, 특히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중도 하차에 따른 이해타산에 분주하다. 정 전 총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이 전 대표측은 정 전 총리의 중도 하차를 반기는 분위기다. 같은 호남 출신이자 전직 총리로 이미지와 지지층이 겹쳤던 정 전 총리가 사라지면서 지지율 확대를 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이 지사측은 정 전 총리 사퇴가 경선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민주당의 어른으로 정 전 총리를 치켜세우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이 지사는 14일 전북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전 총리는 내가 모시던 분이고 실제 나도 정세균 사단의 일부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매우 안타깝다”며 “내겐 정치적 은인 같은 분이어서 앞으로 잘 모시고 지도받고 싶다”고 정 전 총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함에 따라 정 전 총리를 지지했던 당원이나 국민들은 차선을 선택할 것이고, 경선 후보들에게 골고루 나눠질 것이다. 당연히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이 지사가 유리하다. 정 전 총리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이 지사 지지로 옮길 수 있다.
물론 이 전 대표도 같은 호남 출신을 두고 고민했던 지지층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총리 지지율이 3~4%였다. 표가 그리 많지 않다. 경선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이들 지지층이 어느 한 후보에게 쏠리지는 않을 것이다. 무조건 나눠진다. 남아 있는 후보는 5명이지만, 대세론을 형성한 이 지사와 추격하는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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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총리 전북 지지율, 호남 전체의 2배… 이재명 이낙연 희비 갈릴 듯
이런 영향 때문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총리의 호남지역 전체 지지율이 5%인데 반해 전북지역 지지율은 10%를 넘었다. 호남 경선에 참여하는 20만명의 권리당원 중 8만여명은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이번 경선에 참여한 충청지역 전체 권리당원 숫자와 비슷하다.
정 전 총리의 전북 지지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확실한 과반으로 본선에 바로 직행할지, 아니면 이 전 대표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 결선투표까지 승부를 이어갈지가 정해질 것이다.
호남 정치권 인사는 “정 전 총리 사퇴로 이 전 대표가 기대하겠지만 오히려 이 지사가 더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직 정 전 총리 지지자에게 무슨 메시지가 전달된 것은 없다”며 “어차피 될 사람에게 힘을 모아줘야 호남 체면도 서고 명분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선 지역순회경선에서도 이 지사가 과반을 넘었는데, 호남에서 확실하게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한 의원은 “호남은 전략적 선택을 하는 걸로 유명하다. 경선 흥행이 되지 않으면 본선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주는 이 지사를 밀더라도 전남은 이 전 대표의 자존심을 살려줄 것”이라며 “정 전 총리의 중도 사퇴로 전북지역 표도 이 전 대표에게 더 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