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공수처도…거여 `독주`에 의회 민주주의 훼손 우려(종합)

정치평론가, 민주당 상임위 의결 행태 지적
다수결 법치주의 기본이지만 소수 의견 존중해야
합의주의로 가야…20대 국회 반면교사 삼아야
  • 등록 2020-07-29 오후 6:25:43

    수정 2020-07-29 오후 9:04:53

[이데일리 박태진 송주오 권오석 기자]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처리에 7월 임시국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시장과 민생 안정을 위해 시급한 처리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합의 정신을 무시한 `독주`에 의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수결에 입각한 운영 원칙도 중요하지만 소수 의견을 무시한다면 의회 민주주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극한 대치로 인한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합의 정신 무시한 일방적 강행…민주주의 가치 훼손

29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11건을 포함, 법안 13건을 상정하고 의결했다. 이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후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3법으로 불리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처리했다. 통합당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위헌 심판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 심판 청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절차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각 상임위 소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법안소위 상정도 건너뛰었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거부했거나 위법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 추세라면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도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가 예상된다.

속수무책인 통합당은 민주당의 일사천리 행보에 장외 투쟁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 모드로 돌입했다. 긴급 의총 등에서는 `의회 폭거` `176석이 독재 면허권이냐`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독주에 따른 파행 사태가 의회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가치는 소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인데, 통합당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넘긴 것은 통합당을 찍은 1985만표의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수결이 민주주의 수단이지만, 이번 상황은 수단이 가치를 먹어버린 결과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입법부와 중앙 정부, 지방 정부 권력을 몰아주다시피 한 것은 현재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면서 “현 정부 출범 4년차 인데도 아직 `남 탓`을 하고 있으면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與, 겸손한 자세로 다양한 의견 녹여야

민생 법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교수는 “민주당은 `옳으니까 이런 식으로 밀어붙인다`는 위치도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라며 “당연히 본인들이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통합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합의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21대 국회 개원할 때 각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 및 의결은 여야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원칙을 여당이 먼저 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정치는 합의주의로 해 왔다. 의석이 한 석인 정당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했다”면서 “국회는 법치주의가 아닌 합의주의로 가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정신이고 민주주의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를 배분한다거나, 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부의장 한 자리씩 차지하는 것 모두 합의주의로 하지 않았냐”며 “두 거대 정당의 대치 구도가 심해질수록 파행을 겪었던 지난 20대 국회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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