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을 사느니 차라리 DB생명보험 후순위채를 사겠습니다.”
KB금융(105560)지주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올해 첫 미매각 불명예를 안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KB금융지주는 40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3740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물량은 추가청약을 진행해 채우긴 했지만 최초 계획했던 최대 6000억원 증액은 물거품이 됐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연초효과로 활황을 보이고 있는데다 ‘KB금융지주’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다.
K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AA-’ 신용등급인 동원산업(006040)과 KCC글라스(344820)의 회사채가 목표치의 최소 3배가 넘는 수요를 확인하면서 언더 발행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대조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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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수준이다. KB금융은 금리 밴드로 3.3~4.0%를 제시했는데 이 금리 수준이 시장이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은 높은 금리 수준으로 리테일 수요가 많다. 하지만 KB금융은 최고 4% 금리로, 리테일에서 물량을 받아가더라도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4%대 금리를 제공하기 어렵다
한 기관투자자는 “은행 적금 금리도 아직 3%대 수준으로 투자가 가능한데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기관투자자들도 투자할 유인이 없고 리테일에 판매할 매력도 떨어지다보니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자본성증권 발행사였던 KB금융이 흥행몰이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자본성증권 발행 금리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달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한화손해보험은 4.3~4.8% 수준으로 금리 밴드를 결정했으며, DB생명보험 역시 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한편 보험사들은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작년부터 올해까지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자본적정성 관련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 등으로 보험사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보험사들은 각 사의 자본적정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