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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4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1억원 대비 유출 규모가 235.5% 확대된 수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뜻한다.
범양건영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공사미수금 증가에 따른 매출채권 확대 영향이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각 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에 현금이 그대로 묶이면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규모는 261억원으로 전년 말 124억원 대비 110.5% 증가했다.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으로 값이 클수록 영업활동에 묶여 있는 자금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사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이 29억원에서 26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환산매출로 계산한 매출채권 회전율도 같은 기간 19.6회에서 7.8회로 11.8회 하락했다. 매출채권회전일수는 18.6일에서 46.5일로 28일 증가했다. 즉 지난해 4주면 충분했던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올해 3분기 말에는 한 달 반 이상 소요된 셈이다.
문제는 범양건영이 현금을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금흐름 둔화 폭이 커질 경우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20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마이너스(-) 4억원 대비 50배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다. 매출원가(977억원)가 매출(850억원)을 상회하면서 수익은커녕 영업활동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범양건영의 매출원가율은 91.7%로 타 건설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재무부담이 상당한 범양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금흐름과 현금창출력 둔화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져 금융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금융비용이 수익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평가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단기+장기) 규모는 870억원으로 전년 말 734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총 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8.1%에서 42.7%로 4.7%p 상승했다. 이는 적정 차입금의존도인 30%를 10%p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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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범양건영의 차입금을 10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약 99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는 셈이다. 범양건영의 유동비율이 5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범양건영의 현금성자산은 3분기 말 기준 8억원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는 범양건영이 지속된 적자로 쌓인 결손금 탓에 차입금 부담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범양건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381억원으로 전년 말 621억원 대비 38.6% 줄었다. 지난해 말 3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이 올해 3분기 말 237억원의 결손금으로 바뀌면서 자본 총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영향으로 총 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순차입금 비율은 117.9%에서 226.2%로 108.4%p 상승했다. 이는 적정기준인 20%를 10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로 범양건영의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범양건영은 최근 건설사 줄도산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부산에서는 최근 지역 내 시공능력평가 7위인 신태양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상반기에도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이달 초와 지난달 말 각각 부도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