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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해 `ESG, 돈의 흐름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ESG 요소가 기업의 초과수익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SG 반하면 수익성 악화…은행 대출도 받기 힘들어
국내 금융업계에서 ESG 투자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ESG에 반하는 기업은 각종 규제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기에 외면하고 있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ESG 열풍이 불기 시작한지는 꽤 됐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천지개벽에 준하는 수준의 변화를 깊이 체감하고 있다”며 “3년 전 유럽에 상장된 6000만달러 규모의 해외펀드를 운영하던 때였는데 고객(투자자)이 ESG를 이유로 살상무기를 생산하는 업체 주식 전량을 매도하라고 요구해 눈물을 머금고 판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ESG 경영을 잘 하는 기업들이 실적과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며 ESG 투자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국내 금융사들은 꾸준히 ESG 투자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한화자산운용은 3년 전부터 ESG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ESG 요소를 평가하는 자체 평가시스템을 마련했으며, 그 대상을 국내 주식부터 시작해 채권, 대체투자 등을 확대했다. 대체투자의 경우 모든 건에 대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ESG를 분석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임팩트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리서치센터 내에 ESG 연구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향후 몇 년 이내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ESG 요소가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보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 순환경제 관련 이슈, 업권별 중요한 지표 등에 대한 분석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업에는 ESG 컨설팅, 세미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와 ESG를 접목한 `ESG행동주의펀드`를 올 3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의장은 “현재는 ESG가 좋지 않지만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기업 중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ESG 컨설팅을 해주고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등 환경(E) 관련 기업의 대응능력은 투자 기준 뿐만 아니라 대출심사의 핵심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제로 카본 드라이브` 추진을 선언하면서 2050년까지 대출받는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앞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은 자산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에 대출을 받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줄여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019년 우리가 대출해준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1200만t으로 측정됐는데, 2030년에는 38% 줄이고 2040년에는 70%를 거쳐 2050년에는 `제로`로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SG 투자가 기업들의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도록 유도했고, 기업들이 본인이 속한 산업에서 ESG와 관련한 어떤 현안이 있는지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윤 소장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더 많은, 더 깨끗한 제품을 만들도록 애플·BMW 등이 밸류체인에게도 요구 중”이라며 “기업 본인들만 하는 게 아니라 협력사와의 소통도 중요하게끔 여기도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SG 투자가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런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윤 소장은 “연기금이나 대형 펀드들은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중장기적인 ESG 계획이 무엇인지, 산업적인 측면에서 ESG 단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도 “너무 단기간에 행동주의펀드 등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다 보니 우려가 있지만,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ESG를 추구해야 한다”며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ESG와 관련해 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계속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