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여러 정치적 이슈로 논의가 후순위로 밀린 듯 보이지만 더는 미를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여야가 서로 논의해 논의기구를 만들 걸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논의기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논의 결과에 대해서 정부도 함께 수용하고 존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140조원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890조원) 대비 약 250조원(+28%)이 증가했다. 2022년에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저조한 수익률(-8.22%)을 기록했으나 우수인력 유치, 대체투자 확대 등 인프라 개선을 통해 2023년에는 큰 폭으로 개선(13.59%)됐다. 올해도 8월 기준 8.7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수익률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여야는 소득대체율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연금 전문가들은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구성되더라도 바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종료된 21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중심으로 모수개혁을 논의하며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것에 잠정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현재 42%에서 43% 혹은 45%로 올리는 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절충안인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정부·여당이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소득대체율 44~45% 인상을 제시할 전망이다. 여당은 정부안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42%를 기준으로 잡을 예정이다. 결국 21대 국회에서 진행된 상황이 연말에도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안까지 논의한다면 정상적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로 부르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먼저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료율 인상률은 어느정도 합의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어서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특위에 더 많은 사람을 포함한다고 해서 논의가 더 잘 될 것 같지 않다”며 “개혁할거면 국회의원들 차원에서도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1차 합의를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국가가 연금개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만 우리나라만 개혁이 늦어지고 있다”며 “보험료율 인상 등을 볼모로 연금개혁을 자꾸 유예하는 건 옳지 않다. 국회의 연내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