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檢 수사-기소 분리 사실상 '속도조절'…"제도 안착 우선"(상보)

법무부, 文 대통령에 2021년 업무 계획 보고
검·경 수사권 조정 따른 검찰 조직 개편 착수
공소 기능 강화하면서도 "반부패 수사역량 후퇴해선 안돼"
전국 고검장 회의선 "중수청 설치에 의견 적극 개진" 논의
  • 등록 2021-03-08 오후 6:11:32

    수정 2021-03-08 오후 9:49:39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법무부가 올해 추진할 ‘검찰 개혁 시즌2’에 대해 사실상 ‘속도조절’에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에 반발해 사퇴함에 따라 검찰 내·외부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제도 안착 기조에 맞춰 2021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1년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올해 중점 업무로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안착과 이에 따른 지속적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먼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업무 혼선을 최소화하고 국민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일선 검사와 직원들을 상대로 ‘타겟형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검·경 간 수사기관 협의회를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수사권 개혁에 맞춘 검찰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다. 이에 직접수사부서를 개편하고 수사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를 맡은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업무 진단 등 실질적인 통계에 기초해 기존의 직접 수사부서 개편 추진할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대검과 충분히 협의할 예정이다”며 “이제는 조사 위주가 아니라, 법정 공판 준비 기능 중심으로 형사부 검사실을 개편 필요하고 이에 대한 방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작업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은 현행 형사사법제도 안착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심 실장은 “그동안 검찰의 수사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 방안 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동일한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지속적인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인권 중심 형사사법을 완성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다양한 방안 검토하겠다”며 “검찰 시민위원회, 수사심의위원회 등 내부 통제제도 정비해서 검찰권 행사 객관성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자료=법무부)
여권에선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중수청 설치 법안을 3월 중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지만 이번 업무보고로 법무부가 사실상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수청 설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취지로 사퇴하면서 윤 전 총장에 동조하는 검찰 내·외부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논란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업무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수청에 대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대검찰청은 조남권 대검 차장의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모인 6명의 고검장들은 검찰총장 공석 상황에서 업무 수행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고검장들 역시 법무부 업무 기조와 마찬가지로 개정 형사법령 시행상의 혼선과 국민 불편이 없도록 제도 안착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중수청 설치 등 형사사법시스템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입법 움직임에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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