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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이틀 간 한종희 완제품(DX)부문장 부회장 주재 아래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첫날인 17일에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위주로 보고가 이뤄졌고, 이날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가 각각 회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 부회장이 반도체 분야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관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임원급들이 모여 각 해외법인과 각 사업부의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목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에는 국내외 임원 약 3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통상 사업별 전략을 보고받은 후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내년 완제품 사업 전략의 포인트는 세계 경기 둔화와 고환율 리스크 등이 주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MX사업부는 내년 판매 목표를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삼성전자는 2억2000만대 남짓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올릴 게 유력하다. 올해 생산 목표에 10% 이상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내년 판매 목표는 올해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과 PC 사업의 경우 스마트폰보다 더 긴장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TV 사업은 이같은 리스크 외에 중국의 추격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TV업계에서는 수량 기준으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다 따라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18.4%의 점유율(수량 기준)로 1위를 지켰다. 그러나 2022년(20.2%), 2023년(19.0%)에 이어 매해 하락 추세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12.0%→11.4%→11.3%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TCL은 올해 3분기 13.6%로 2위를 지켰다. 최근 3개년 3분기 기준 11.7%→12.4%→13.6%를 기록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한국 TV업체들은 인공지능(AI) 연결성, 새로운 폼팩터(형태) 연구 등의 당면 과제를 안게 됐다”고 했다.
삼성 HBM 생산량 증가 전략 주목
19일 열리는 DS부문 회의는 DX보다 재계의 이목이 더 쏠린다. AI향 서버 정도를 제외하면 PC,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탓에 메모리 업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6299만7000대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내년에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 증권가가 내년 삼성전자 DS부문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은 내년 3분기, 낸드플래시는 내년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SK그룹은 별도로 공식 전략회의를 열지는 않는다. 다만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격주 토요일마다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열고 수시 점검에 나서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034730)㈜, SK하이닉스(000660), SK텔레콤(01767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인 전략글로벌회의의 경우 이전까지 월 1회 평일에 열었지만, 지난해 말 최 의장이 취임한 이후 격주마다 개최하고 있다. 계엄사태 직후인 지난 4일에도 최 의장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내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 초부터 시작한 리밸런싱(구조조정) 기조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직 슬림화 등 선제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반도체, AI,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