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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초고속 작전’으로 백신 개발을 밀어붙여 선제적으로 확보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오히려 백신 접종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프랑스서 백신접종 ‘거북이걸음’
미국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1.38%에 그친다. 미국보다 1주일 늦게 시작한 이스라엘이 14.14%, 바레인이 3.62%인 데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백신 접종률을 80%로 볼 때 지금 같은 속도라면 10년이 걸린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인구 6699만명 중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516명에 불과하다. 올 2월까지 고령층과 고위험층 100만명에게 접종하겠다는 목표의 0.05%에 그친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속도라면 백신 접종에 400년이 소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을 접종하기까지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프랑스는 접종 전 의사와 건강상태를 상의한 후 동의서에 서명해야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이들은 친척이 대신 동의해야 하는 등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경제학자인 앙투안 레비는 주간지 르피가로에 “예방접종 전 동의 규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백신을 향한 불신도 접종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백신을 믿을 수 없다”며 접종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40%에 달했다. 미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한 보건위원도 ABC방송에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효과적인 캠페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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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백신 확보 후 구체적으로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보관이 까다로운 mRNA 백신을 안전하게 접종하려면 초저온(콜드체인) 냉동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미국과 독일에서는 적정 온도를 맞추지 못해 이미 배달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한국 역시도 지난해 독감 백신을 운송하다 2~8도 콜드체인을 유지하지 못해 106만명분을 폐기했다.
백신 운송과 접종에 필요한 인력 확보와 모의접종 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실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사후처리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다음 달 말로 예정한 백신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콜드체인 관련 업체들과 협의하고 (보관·유통)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