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정부]오락가락 섣부른 대책…시장에 안 먹힌다(종합)

임대사업자 등록 장려 3년만에 세제 혜택 철수
총선 공약 '1주택자 종부세 완화'도 무산
양도세, 부동산 대책 수차례 거치며 누더기
잔금대출 규제강화 시행 전부터 논란
  • 등록 2020-07-09 오후 6:39:52

    수정 2020-07-09 오후 9:32:40

사진은 추천매물을 소개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황현규 기자] “세제혜택으로 임대사업 장려해 놓고선 이제와서 ‘무효’라는 게 말이 되나. 너무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온다.” (서울 노원구 주택임대사업자 A씨)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일관성 없는 부동산정책으로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등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집값 급등에 집 장만이 힘들어진 무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진 1주택자까지 모든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아울러 고위공직자의 다주택자 논란, 정책 실패를 남탓으로 돌리는 모습 등 시장에 신뢰를 잃으면서 정책 효과 역시 반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탓 정부…집값 오른건, 전 정부·국회 탓?

정부정책이 신뢰를 잃은 가장 큰 이유는 무책임한 행동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는 논란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질의에서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행이 된 것도 있고 아직 안된 것도 있다”며 “모든 정책이 종합 작동하는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2·16 부동산 대책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를 강화했지만 세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패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국회로 돌린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 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값은 연일 상승세다. 여당에서도 부동산 대책 실패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9일 “(부동산 대책은)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핀셋 규제라는 게 거기만 때리자, 거기만 묶자는 뜻인데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을 둘러싼 정부 인사들의 발언도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달 초 김상조 정책실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는)수도권 규제대상지역에 다주택을 갖고 있는 분들만 대상”이라며 “세종 집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노영민 비서실장은 서초구 아파트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면서 여론 악화를 극으로 달했다. 노 실장은 뒤늦게 서초구 아파트를 팔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주택자 고위공직자는 노 실장 뿐만이 아니다. 경실련이 올해 3~6월 공개된 청와대 공직자 재산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내에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는 8명이었다. 지방까지 더하면 18명이다. 경실련이 조사한 참모 64명 중 28%가 다주택자이다.

규제도 ‘오락가락’…어느장단에 춤추랴

일관성 없는 부동산대책도 불신을 키운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다. 정부 여당은 3년 전 민간임대시장 활성화와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위해 각종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했지만 이를 모두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8년에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양도세·종부세 혜택을 축소하고, 투기지역내 주택담보대출도 강화했다. 규제를 완화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강화한 것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은 “현 정부는 비록 세금 혜택을 신설하진 않았지만 임대사업자 정책을 적극 홍보했다”며 “이제와서 혜택을 줄이겠다는 정책은 명백한 말바꾸기”라고 꼬집었다.

양도소득세 감면 요건 역시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거치며 오락가락했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에서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기존 ‘2년 보유’에서 ‘2년 실거주’로 강화하면서 대책 발표 후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2018년 ‘9·13 대책’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2년 거주’가 추가되면서 2020년부터 처분하는 주택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심지어 지난 12·16 대책에서는 거주 여부·기간과 관계없이 보유기간 10년만 채우면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장특공제 요건이 ‘10년 보유 및 거주’로 강화됐다.

6·17 부동산 대책에서 새롭게 편입된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로 잔금대출의 소급 적용 논란도 불거졌다. 정부는 올해 6월19일 이전에 청약당첨이 됐거나 계약금 납입을 완료한 실거주자에 한해서 기존과 동일한 기준으로 LTV를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잔금대출의 경우 ‘중도금 대출을 받은 범위’ 내에서 종전의 LTV를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잔금대출 축소로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은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결국 그동안 예외 검토 중인 것이 없다는 금융당국 역시 한발 물러나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성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정부 정책에 신뢰성이 있다면 정책 예고만으로도 시장이 반응하는 충분한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21번째에 이르는 정부 정책에도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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