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청국장 같은 한국인이 버터 냄새 나는 발레를 배워서 세계 발레의 중심에 선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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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공연을 이같이 소개했다.
오는 11~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3회에 걸쳐 열리는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은 한국 발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출연진부터 화려하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채지영,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솔리스트 한성우,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전민철, 그리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올라 ‘K발레’의 저력을 보여준다.
| 김선희 예술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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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이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 김 교수의 오는 2월 한예종 정년퇴임을 앞두고 만들어진 공연이다. 김 교수는 “한국 무용수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보여주고자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며 “각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 중인 무용수들을 한국에 초청하기 위해 단장들에 읍소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등 발레 대표작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윌리엄 포사이드, 조지 발란신 등 현대발레 거장의 작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한예종 무용과의 조주현 교수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안무한 ‘수제천’도 함께 선보인다.
고전과 현대, 창작을 아우르는 한국발레의 완성도와 예술적 깊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엄선했다”며 “청국장과 버터가 하나로 어우러져도 멋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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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은 김 교수의 가르침이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세은은 “프랑스에도 한예종이 많이 알려졌고 교수님도 많이 거론된다”며 “한국 발레의 장점을 찾기 위해선 교수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해준 분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의 완전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최영규는 “팔 하나의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그걸 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엄격했다”며 “그때의 배움이 있었기에 지금도 발레단에서 클래식발레를 연습하면 팔 동작을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성우는 “교수님이 들고 다니는 열쇠 꾸러미 소리만 들어도 긴장됐다. 발레의 현미경처럼 모든 동작, 라인을 가르쳐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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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위해 세계 발레계 주요 인사들도 한국을 찾는다. 보스턴발레단의 미코 니시넨 예술감독,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테드 브랜드슨 예술감독,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스튜디오 컴퍼니 사샤 라데츠기 등이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과 연계해 한국 발레가 세계적으로 도약할 발판이 될 ‘서울발레포럼’(가칭) 출범을 위한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성인 취미 발레가 활성화 되고 발레 스타가 탄생하면서 발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발레가 어떻게 시장으로 선순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서울발레포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과 네트워킹을 구축해 한국을 세계 발레의 새로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