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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은 바이든, 내친김에 인프라 법안 밀어붙인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인 구제 계획’ 경기부양안을 찬성 220표, 반대 211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최대 1400달러 개인 현금 지급 △연방 실업수당 지원 연장 △백신 프로그램 지원 △학교 대면수업 재개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미국 가정의 90%가 관련 혜택을 받을 것이란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 법안은 오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후 발효된다. 임기 초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번 법안 통과로 더욱 국정추진의 탄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 10명 중 7명은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 추진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11일 프라임타임(황금시간)대 예정된 대국민연설에서 이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 공론화에 나설 공산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겉으로는 낙후한 인프라의 현대화를 법안 추진의 배경으로 꼽고 있으나 실제론 경기 회복 및 고용 창출을 꾀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인프라 법안 규모가 최대 4조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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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화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코로나 부양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 양당 간 시각차는 극명하게 드러낸 바 있다. ‘낙후한 인프라의 현대화’라는 부분에선 찬성한다는 게 공화당 내부의 대체적 분위기이지만, 기후변화위기 대응 등 일부는 여전히 반대입장이 만만찮다. 공화당은 이미 “인프라로 위장한 ‘그린 뉴딜’은 지지하지 않을 것”(샘 그레이브스 하원의원)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청정에너지 개발·전기차 충전소 보급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공화당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 법안을 2022년 중간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점도 문제다. 바이든 대통으로선 조기 레임덕을 피하려면 통상 ‘집권당 심판론’이 우세한 중간선거에서 기필코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하원을 내줄 경우 바이든표(標) 법안은 표류할 공산이 크다. 투자회사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 정가 분석가는 “인프라 법안을 단지 도로·교량 교체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민주당은 이 법안이 무산될 경우 중간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즉, 공화당은 어떻게든 이 법안을 저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지지그룹인 노조와 환경단체가 이 법안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빌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인프라 법안을 소규모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인플레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걸림돌이다. 대규모 돈풀기가 국채금리 상승세를 부추겨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부양안까지 지난해부터 총 5조60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