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집에 쭈욱 사세요"…주거사다리 '희망' 꺾었다

정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발표
문 정부 출범 후 21번째 부동산 대책
규제지역 확대 및 대출규제 강화
서민·중산층 '갈아타기' 봉쇄
  • 등록 2020-06-17 오후 6:37:01

    수정 2020-06-18 오전 12:28:49

정부가 17일 발표한 21번째 부동산대책 주요 내용.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실거주 아니면 모두 갭투자자다.” 정부가 무주택자가 저가주택을 사는 것까지도 막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무조건 들어가 살아야 하고, 전세대출이 있는 상태에선 3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매입할 수 없다. 3억원이 안되는 집을 사도 자금조달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현금이 많아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큰 상관이 없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 대책)의 핵심은 △규제지역 대폭 확대 △갭투자 금지 △법인 거래 차단 등 3가지다. 갭투자 형태의 매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고, 개인에 비해 대출·세제 규제가 느슷한 부동산법인들이 거래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해 갭투자와 법인투자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우선 정부는 각종 부동산 대출관련 제약을 받는 규제지역을 김포,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방은 대전과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다. 경기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등 경기 남부권 지역과 대전 대다수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은 69곳, 투기과열지구는 48곳으로 늘었다.

이러한 규제지역에서의 갭투자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7월 중순 이후 투기과열지구에 시세 3억원이 넘는 집을 살 경우 기존에 받은 전세대출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3년간 주택관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규제지역에 집을 샀다면 6개월 안에 해당 집으로 전입해야 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축소한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정부는 또 집값을 끌어 올리는 주범으로 부동산법인을 지목, 대대적인 규제를 가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법인이 주택을 팔 경우 양도차익에 매기는 추가 법인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강화한다. 법인세율이 최대 35%에서 45%로 늘어나는 것이다. 법인의 주택 거래 조사도 종전보다 강화한다. 법인 주택매수는 단기 매매 등을 통한 투기 활용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조사에 어려움이 따랐다는 판단에서다. 자금조달계획서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서민·중산층에게 주거사다리란 ‘희망’을 꺾은 대책이란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사실상 서민들이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끼지 않고는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을 넘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 반면 다주택자라해도 현금이 많으면 갭투자를 해도 되고, 6개월안에 전입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으로, 이번 대책이 현금부자만 웃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출규제는 신혼부부나 중산층이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마저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과열된 지역의 매매가는 잡히겠지만 하반기에 전월세 가격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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