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지영의 기자]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수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PEF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서 업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와 관련해 ‘금산 분리’ 가능성을 시사한 지 2주 만에 간담회가 열리면서, 당국 차원의 규제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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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독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최근 일부 사모펀드의 경영권 분쟁 참여, 소액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 운용 행위 역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 VIG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 스카이레이크, JKL파트너스, 스톤브릿지캐피탈, KCGI, SKS PE 등 12개사가 참석했다. 2022년(6개사), 지난해(8개사)에 이어 올해는 가장 많은 12곳의 사모펀드 대표들이 참석했다.
‘고려아연 사태’ 부작용 우려하는 사모펀드업계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A사모펀드 대표는 “매해 하던 업권별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일각에서 사모펀드가 너무 단기차익을 추구하고 적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만든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사태로 인해 향후 투자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를 투기적 약탈 자본의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운영 능력이 부족함에도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자칫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걸쳐 부정적 인식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장에 있던 B사모펀드 대표는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단기 차익 추구, 적대적 M&A 등과 같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돼 있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부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업권 전체의 신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사모펀드 대표는 “사모펀드는 단기 투자 자본인데, 과연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은 투자할 때마다 듣는 질문”이라면서도 “경영권 인수 시 주주들에게도 장기 비전을 쉽게 설명해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제지 측과 연합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와 당국 시선을 의식한 듯 방어적인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MBK의 행보가 적대적 M&A가 아닌, 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위한 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