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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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동부시간 3일 0시 미 뉴햄프셔주(州) 딕스빌 노치·밀스필드 등 조그마한 마을 2곳을 시작으로 제46대 미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첫 투표가 시작됐다. 지난해 1월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출마선언으로 출발한 대선 레이스가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다. 딕스빌 노치(트럼프 5표 바이든 0표)와 밀스필드(트럼프 16표 바이든 5표) 승패를 나란히 나눠 가진 것과 달리, 이번 선거는 누가 미 백악관을 차지하든, 이미 친(親) 트럼프와 반(反) 트럼프로 양분된 미 사회의 분열상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한 펜실베이니아를 콕 짚어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선 셈이다.
이로써 ‘우편투표=사기’라는 음모론과 이에 따른 대선 불복, 그리고 폭력 소요사태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커졌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의 22%, 트럼프 지지자의 16%가 각각 “우리 편이 지면 시위에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지난여름 반(反) 인종차별 시위를 겪은 바 있는 각 주 정부는 방위부 투입을 준비하는 경계 태세에 돌입했고, 명품매장을 비롯한 미국 상점들은 문을 걸어 잠근 배경이다.
지난 9월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두 후보 지지자의 80%는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친구가 없다”고 밝혔다. 정적(政敵)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는 트럼프의 언행. 즉 트럼피즘(Trumpism)이 미국민들 사이까지 갈라놨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이 반 바벨 뉴욕대 교수는 “미 역사상 트럼프만큼 국민을 분열시킨 대통령은 없었다”며 “이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분된 미 사회는 코로나19 재유행발(發) 더블딥(이중침체) 공포에 휩싸인 미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종 승자를 언제 알게 될지, 선거 직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탓에 불확실성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미 컴벌랜드 자문사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코토크는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대선이 가져올 (지지층 간의) 과격한 대응”이라며 “시장은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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