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Drive]탄핵정국에 열린 컴업…韓-중동 관계에 시선 집중

중동 집중하던 관계자들 "낙동강 오리알 될라" 노심초사
정권 관계 없이, 국내 자본시장과 관계 유지하려는 중동
업계 "기회 많은 중동 비즈니스…뒤쳐지면 안될 일"
  • 등록 2024-12-12 오후 6:04:57

    수정 2024-12-12 오후 6:04:57

이 기사는 2024년12월12일 17시0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K컬쳐를 바탕으로 높아졌던 위상에 오점이 남겨졌어요. 당장은 티가 안 나도 앞으로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벌써 방한한 중동 관계자 수가 지난해보다 줄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 대한 중동의 관심은 꾸준했습니다. 다만 현지는 정부 주요 관계자 구성이 잘 바뀌지 않는데, 협업 논의를 하던 인물이 우리나라만 매년 바뀐 셈이죠. 현지에서 면역력이 생긴 상태라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관계가 시들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들이 참석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4’에 쏠렸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은 중동과 국내 자본시장 간 향후 관계에 있었다.

이때 일부는 내년까지 국내에 이어질 거라 예상되는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들며 걱정을 내비쳤다. 이와 반대로 현지 관계자들이 이미 결정권자가 자주 바뀌는 편인 국내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을 거란 이야기도 들린다. 이들은 중동이 오히려 전쟁이 끊이지 않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해 비해 오히려 국내 상황이 잘 정리되고 있다는 반응을 현지 관계자들이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를 정부 주도로 급속히 진전됐던 UAE, 사우디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4’에 꾸려진 UAE관이 국내외 벤처기업가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중동과의 관계의 지속성을 두고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중동 정책에 적극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뀌면 ‘정책 지우기’의 일환으로 한-UAE 혹은 한-사우디 관계 강화 기조가 수그러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정치 리스크가 평가 요소로 고려되거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심리·협력 의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다수 업계 관계자는 정권과 상관없이 중동 비즈니스가 향후에도 문제없이 이어질 거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중동과 관계를 강화했던 기조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때는 제2 중동붐 조성을 위한 순방이 이뤄졌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말까지 UAE, 사우디, 이집트를 순방해 방산·친환경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이루는 등 중동과의 교류에 적극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대규모 투자 약속에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중심으로 중소벤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파트너십이 성사됐다.

이데일리가 만난 국내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계엄령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처럼 인식된 모양이라 중동과의 비즈니스에 큰 타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가 이렇게 반응한 이유로 각종 내전과 시리아 정권 교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등 우리보다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꼽힌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오히려 젊은 세대인 중동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민주적 절차로 이번 상황을 잘 풀어나가고 있는 한국이 대단하다며 칭찬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보다 줄긴 했지만, 이번 컴업 행사에 다양한 중동 관계자가 참석해 자리를 빚냈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중동 비즈니스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이번 컴업에서 UAE는 전용관을 설치해 스타트업 부스를 꾸렸다.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행사 첫날 UAE 스페셜 세션에서 참석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알리아 마즈루이 경제부 기업가정신 특임장관이 지난 10일 열린 제1차 한-UAE 중소벤처위원회에 참석한 데 이어 행사 첫날 컴업 행사장에서 발표했다.

사우디 측에서는 원래 12일 오전 사우디 세션에 참석 예정이었던 중소기업청 몬샷(Monsha’at) 관계자가 스케쥴 변경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러나 사우디 아람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와에드 벤처스(Wa’ed Ventures)의 카마르 아프타브 투자 매니저는 예정대로 첫날 대담에 참석했다. 또한 지난 9일에는 사우디 투자기관 대표단이 방한해 벤처기업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했고, 양국 간 투자 확대와 국내 기업의 사우디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밖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자본시장이 여러모로 중동에서 발굴할 기회가 많을 만큼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앞으로 쉽사리 변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이 중동으로 쏠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VC들도 중동에 법인을 세워 자금 조달과 유망 기업 발굴에 나서는 등 글로벌 투자 트렌드가 미국을 제외하면 중동, 특히 UAE와 사우디로 향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우리도 방향성을 잃지 말고 중동과의 교류 강화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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