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해외 극찬 속 '개방성'의 딜레마

코로나19 감염 조사, 유럽 이어 미국발 입국자로 대상 확대
추가 행정력 및 예산 투입 불가피…외국인 비용 부담도 논란
감염증 해외 유입 차단 관건…해외 극찬에 발목 잡혀
  • 등록 2020-03-25 오후 4:31:44

    수정 2020-03-25 오후 4:32:14

2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시설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지어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오전 0시부터 유럽에서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코리아 방역’에 대한 전 세계적 극찬 속에서 한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코로나19) 초기 대응부터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을 내세웠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감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해외 입국자에 대해 문을 열어둔 상태다. 대신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지난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27일부터는 미국발 입국자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유럽발 입국자가 1200~130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미국발 입국자의 경우 하루 2500명을 넘는다. 추가적인 행정력 투입과 예산 집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부터 정부 검역과 행정력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정부는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를 결정한 지 3일만인 지난 24일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전수조사 대신 유증상자에 대해서만 검사를 진행하고, 무증상자의 경우 자택으로 귀가한 후 3일 뒤 관할 보건소에 진단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효율적인 검역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적용 첫 날부터 입국자 수가 검사대기 격리시설 수용 인원을 넘어섰고 검역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이틀간 유럽 입국자 2300여명을 임시시설에 수용하고 검사하는 과정이 원활하지만은 않았다”면서 추가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입국 당시 무증상이었지만 감염자로 확인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같은 방식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아울러 외국인에 대한 진단검사나 격리시설, 치료 비용의 국비 부담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내외국민을 막론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해당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국민 여론 역시 외국인들에게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해외 언론에서는 연일 우리 정부의 빠른 진단기술과 개방적인 방역 대응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역시 세계 각국의 긍정적인 평가 및 높은 관심을 전하며 이전과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에 분주하다.

정부는 당분간 현 방역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국내 확산세가 진정된 상황에서 해외로부터 감염증 유입 차단은 향후 코로나19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가 극찬하는 ‘개방성’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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