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탄소배출 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전환금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 녹색·기후금융은 고탄소배출 기업이 배제되는 한계가 있기에 탄소집약산업 중심인 한국에선 해당 기업이 저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 두번째줄 왼쪽부터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기획부장,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영민 SH도시연구원 기술부장,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 이윤수 서강대학교 교수, 조흥종 단국대학교 교수. 첫번째줄 왼쪽부터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박재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함준호 연세대학교 교수, 김진일 교려대학교 교수.(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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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 과제’를 주제로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환금융은 탄소집약적 산업이 저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전환금융은 탄소 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한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움직임을 완화하고 새로운 투자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전환금융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관련 제도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 EU는 2022년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 확장안에 ‘전환’ 부문을 추가하는 것을 제안했고, 일본은 올 2월 세계 최초로 1조6000억엔 규모의 전환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기존 녹색·기후금융이 친환경적 기업과 프로젝트만 지원하기 때문에 고배출 및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탄소 중립을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철강, 석유화학 등 고배출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런 산업의 질서 있는 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전환금융 도입이 매우 유용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은 2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7%)보다 높은 수준이다. 맥켄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약 100조원의 전환금융 수요를 예상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전환금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고탄소배출 산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전환금융 특성상 녹색금융보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위험이 커 관련 제도적 기반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를 의미한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전환 부문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기후전환채권 및 전환대출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ESG 및 기후 공시에 전환부문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금융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 시장을 통한 금융 조달, 금융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선결 과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