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내년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에서 트럼프발(發)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일부 부품 기업은 전기차용 생산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 생산 전략’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인접국인 멕시코 등에 진출한 자동차 및 부품업계 역시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시설 이전 등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우드브리지에서 한온시스템 공장 오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한온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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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열관리 부품사 한온시스템은 내년 초 가동하는 북미 최초 전동 컴프레서 공장에서 내연기관차용 컴프레서를 병행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컴프레서는 차량 에어컨의 냉매를 압축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동력을 활용하는 컴프레서가 필요하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는 전동식 컴프레서가 들어간다.·
한온시스템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우드브리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이 공장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쓰이는 전동 컴프레서를 연간 최대 90만대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계획을 수정해 내연기관차용 부품을 병행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병행 생산 규모는 90만대 내에서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품사들의 전략 수정이 앞으로 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꾸준히 시사해 온 데다,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나오는 만큼 부품기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사진 왼쪽)와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 및 미국판매법인 법인장이 지난 8월 기아 K4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기아 미국판매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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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등 미국 인접국으로 진출하는 ‘니어쇼어링’ 전략을 펼친 기업들의 경우 상황을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개국은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USMC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멕시코에 공장을 둔 국내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K3 등 소형차를 비롯해 미국에서 하반기 출시한 K4도 생산하고 있다. 올해 1~8월 기준 기아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16만대 중 약 60%인 9만6000대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부품사 중에서는 현대위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과 등속조인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겠다고 시사한 만큼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 흐름에 따라 전기차 설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는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략을 수정해 나가며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정책을 완전히 뒤집긴 어렵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유연성 있는 생산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