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무산' 위기..㈜한화 지분 팔아 재무개선

6일 금감원 유증 정정신고서 요구
"투자자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고려아연, ㈜한화 지분 7.25% 매각
"차입금 상환해 재무구조 개선"
  • 등록 2024-11-06 오후 4:19:50

    수정 2024-11-06 오후 4:19:5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 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가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유상증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우선 보유 자산 매각으로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6일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와 관련해 중요사항이 빠지거나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이번 정정요구로 고려아연의 유증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금감원의 지속된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에 결국 합병안을 철회한 바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유증에 제동을 걸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유증의 목적과 취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실상 고려아연 측에 자진 철회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뉴시스.)
앞선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2월 3일 신주 청약을 받고 18일 신주를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계속될 경우 일정 자체가 밀려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고려아연이 유증을 실시하더라도 경영권 방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연말에 주주를 확정하고 주주명부를 폐쇄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신주를 받은 주주들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MBK·영풍 측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표 대결 압박에 나선 상태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에 유증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고려아연이 유증 계획을 철회하거나 주총 전에 실시하지 못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이 여전히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된다. MBK·영풍은 지난달 15일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하며 38.4%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우호지분 포함)이 약 35%인 점을 감안하면 3%포인트 앞서는 것이다.

만약 고려아연의 유증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최 회장이 지분율에서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양측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지분 약 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우선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수조원의 차입금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주주들 돈으로 이를 메우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기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7.25%를 전량 매각해 1520억원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또 호주 자회사에 대여해줬던 자금 3900억원도 조기 상환받기로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대비 2.15% 하락한 123만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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