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총장은 3일 오후 2시 직원들과의 간담회 차원으로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이라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여당의 중수청 신설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와 추가적인 대검 공식 입장을 통해 중수청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며, 만약 중수청 신설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게 된다면 “힘 있는 사람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고 특권을 부여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윤 총장에 “자중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지만, 윤 총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존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물론 정부에 대한 작심 비판까지 내놓은 셈이다.
이번 대구행 역시 이 같은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지방 검찰청을 돌며 일선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전고검·지검 방문을 마지막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본인에 대한 징계 청구로 이 같은 행보가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채 끝나기 전 윤 총장이 대구행을 결정한 것은 결국 중수청 신설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날까지 대검이 진행하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 취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윤 총장 뿐 아니라 검찰 구성원 전체의 중수청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도 나올 전망이다. 앞서 대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요청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간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했으며, 이와 관련해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에 따라 검찰 전체의 조직적인 저항 움직임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정권 향한 실력 행사도 병행…차규근 영장·임은정 배제
현재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부당 평가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를 통한 윤 총장의 반격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차 본부장에게 영장을 청구한 지난 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그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로 해당 의혹을 조사해 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임 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해 수사권을 부여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 취지에 정면 배치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그동안 대검은 ‘수사를 못 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말해 왔다”며 “그런데 이번에 임 연구관을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간 대검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윤 총장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