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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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마무리되는 K리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최정호 울산HD 사무국장, 윤지현 충북청주 사무국장, 잔디 관리 전문 업체 이강군 왕산 그린 대표, 정태석 K리그 의무 위원,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안홍석 연합뉴스 기자 등 다양한 K리그 구성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 K리그를 비롯한 동아시아, 북미 등은 3월에 시즌을 시작해 12월에 마치는 춘추제를 운용한다. 유럽 5대 리그를 포함한 유럽, 서아시아 등은 8월에 개막해 5월에 마무리하는 추춘제를 시행한다.
리그 운영 시기가 다르다 보니 선수 이적, 리그 간 교류 등에 있어 한계를 노출해 왔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클럽대항전을 추춘제로 변경했다. 일본 J리그는 2026년부터 추춘제로 운용한다. 특히 AFC 클럽대항전이 추춘제로 바뀌면서 대회에 참가하는 K리그 팀은 1년 내내 쉴 틈 없이 경기하는 모습이 나왔다. 추춘제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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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맹은 추춘제 전환 시 K리그 가상 일정을 공개했다. 8월에 리그를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전반기를 치른 뒤 약 8주간의 휴식기를 거친다. 이후 2월 중순 재개해 5월 중순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다. 현재와 비교했을 때 12월에 1주가량 경기를 더 치르고 봄엔 2주 정도 빨리 재개하는 셈이다. 연맹은 추춘제로 전환하더라도 K리그 경기 진행 시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환경 개선은 필수다. 안치준 연맹 구단지원팀장은 “일본보다 추운 K리그는 트레이닝 시설, 기존 경기장 개보수 등이 더 중요해지기에 예산 증대가 필요할 것”이라며 “강설 지역 구단의 홈 경기 운영, 잔디 생육 환경, 낮은 기온으로 인한 선수 부상 위험 증가 등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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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관리 전문 업체의 이강군 대표는 오히려 추춘제가 잔디에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대표는 “혹서기인 6~8월에 경기를 치르지 않으면 분명 잔디 생육에 효과가 있다”라며 “겨울엔 잔디가 얼면서 보호된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2월은 새순을 보호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대표로 참석한 신광훈은 “혹서기엔 훈련 자체가 힘들고 팀의 전략·전술 자체가 바뀔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술 이력이 있거나 나이가 든 노장 선수는 부상 빈도가 잦아질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정태석 의무위원은 선수 건강 관리나 경기력, 관중의 온열 질환 등을 종합하면 추춘제가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추운 날씨로 인한 선수 부상 위험이나 잔디 관리 어려움, 관중의 불편함 등은 예상된 문제였다.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은 구단 운영에서 나왔다.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서 충북 청주FC 윤지현 사무국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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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행정 제도상 회계 연도는 1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난다. 추춘제는 현재 회계 처리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 현재 K리그1 12개 팀 중 6개 팀, K리그2 13개 팀 중 9개 팀은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다. 적게는 20~30억 원, 많게는 150억 원까지다.
윤지현 국장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팀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지자체마다 한 해 예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데 수십억을 받는 축구팀 때문에 전국적으로 회계 연도를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아직 한국은 회계 연도에 강하게 묶여 있다”라며 시즌 중 지자체의 예산이 줄어들면 선수에게 약속한 연봉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